도서리뷰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원은수 저)

-퐁당이- 2023. 10. 24. 12:46

부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삶의 시작

(이 부제가 책 내용의 전부를 정리해주는 듯하다.)

 

많은 심리학 도서들을 읽어보았는데, 정말 와닿고 깨우치는 책이 있는가하면 당연한 얘기를 그냥 적어둔 것 같은 허무한 책도 있었다.

그럼에도 또 읽고 있는 건,

무언가 나에게 해소되지 않은 많은 심리적 문제들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낮은 자존감을 비롯하여 우울감과 불안감 등 다양한 심리 문제로 내원한 내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인 관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데 고통스러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현재 갈등 상황의 핵심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측은 내담자가 아닌, 그 관계에 함께 놓여 있는 상대가 지나친 자기애, 즉 건강하지 않은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나르시시스트일 때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주제로 2019년부터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고, 이 책을 통해 상담내용과 유튜브 댓글을 통한 많은 구체적인 사례와 정신건강학적 이론을 통하여 심도있게 전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내용인 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나에 대한 반성과 주변 사람 중에 최근 나를 스트레스 받게 했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읽고 있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 밤새워 완독을 했을 정도로 빠져들게 되었다.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 많았는데

 

첫 번째는 남편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 것이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의 몇가지 유형이 있었는데 그 중 트루스 텔러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 남편은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관찰력이 좋으며, 순간적인 판단이 빠르고, 진실을 보는 통찰력이 뛰어나고, 자기 기준이 확실하고, 대인관계에 휘둘림이 없다.

본인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이 보였고, 생각했고, 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는데

사실 조금 과장된 기억이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다른 사람보다 그런 능력을 더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자녀는 나르시시스트 부모 아래에서도 진실을 말하며, 본인은 바른길로 갈 의지와 노력과 확고함이 있다고 한다. 남들보다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나는 많이 감정적인 사람이고, 남편은 이성적이라 단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남편은 그런 능력을 타고난 것이었나보다.

책을 읽은 후에 남편과 얘기하면서 책 내용을 말했더니, 당연히 알고 있어야하는 얘기들 아니었냐는 말에 당황스러웠는데..

어떤 얘기를 해도 득도한 사람처럼 말해서 재수없을 때도 있었는데.....

남편은 나보다 훠얼씬 뛰어난 사람이었다!

존경하고 감사하고 말 잘 들어야겠다;;;;

 

두 번째는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무나 눈에 보이는 뻔한 짓을 하고, 이기적인 말과 행동을 하고, 어린애처럼 머릿속 계산이 다 보이는 사람인데 관계상 잘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주변 사람을 어떻게 힘들게 하는지, 그의 조력자들은 어떤 말과 행동과 이해관계로 저러는건지 다 보였었는데, 이제껏 그냥 막연히 화가 나는 정도였다면 그것이 이론으로 정리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아 역시 나랑 안 맞는거였어. 발끈했던 내가 바보였지. 나는 돌이다............하고 있었어야 했는데...........

 

세 번째는 엄마에 대한 포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매일 술마시고 때리고 부수는 아빠와 낭창하고 답답하고 불쌍한 엄마를 보며 정리되지 않은 감정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 감정을 지금도 제대로 대면하지 못하고 있고, 말로 정리하고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엄마는 지금도 당신 인생이 먼저이고, 자식인 나와는 연을 끊고 지내고 있다.

이렇게 연을 끊기까지 매달려도 보고, 화도 내보고, 이해하려고 책도 많이 읽고 다스리고 생각하고, 대화도 시도해보았는데 결국 실패했다.

내가 부모가 되고보니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 엄마의 말과 행동에 답답했는데

이 책을 읽고 완전 해소된 기분이었다.

그래

엄마는 아주 철저한 나르시시스트였고, 나는 로스트차일드였어.

내가 엄마한테 했던 말과, 들었던 말이 그대로 책에 사례로 적혀있는 것을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랬구나. 내가 찾아 헤매던 답이 이거였구나.

어차피 변하지 않을 사람이었구나. 내가 놓아야하는 거였구나.

부모자식간은 천륜이고, 불효는 안되고 어쩌고저쩌고..........

아니아니.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조금 멀리해도 괜찮을거야.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현명한 엄마여야하고, 우리 가정은 사랑으로 이어져 있다고 믿으니까. 나는 그걸로 됐으니까. 휘둘리지 말자.

 

아주 사이다같은 책이었다.

 

그리고 따라오는 자기반성..

누구나 나르시시스트적인 부분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좋은 부분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고, 본인의 좋지 않은 부분을 알고 인정하고 조절하며 원만한 대인관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나르시시스트적인 부분을 알고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만에 만족스러운 책을 찾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꼭 알리고싶었다.